인도네시아에서 전합니다 70 (20131205)
사도(바울)의 언어 안에서 함축된 “설교자 없다면 어떻게 그들이 믿을 수 있는가?”라는 이 엄숙한 질문은 밤낮으로 (계속하여) 교회들의 귓전에 울려야먄 한다 (Charles Hodge, Commentary on the Epistle to the Romans, p. 553)
선교편지를 쓰려 책상에 앉아 한달에 전해 쓰려고 적어본 메모들을 보았습니다. 이슬람 명절인 이둘아드하 절기에 대해 적은 것을 보니 한달 전이었네요. 이렇게 한달이 다시 지나 성탄절이 다다른 시기에야 편지를 올립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이시기에 여러교회들로 부터의 설교청탁을 받으며 이리 부름을 받아 달려가 사역할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께 무한히 감사하게 됩니다. 잘 할 자신과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복음을 전할 생명의 기회를 이 미천하고 무익한 종을 통해 할수 있도록 하여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앞서 언급한 이둘아드하 절은 무슬림들이 희생제물을 드리는 날로 당일 아침부터 해서 희생제물의 피냄새로 온동네가 진동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희생제물을 드려야만 자신의 죄가 사함을 받는다는 생각에서 아이들까지도 동물의 목을 자르고 배를 가르는 과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보는 모습에서 솔직히는 상당한 문화충격이지만 더 정직히는 염려스러운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일련에 일어난 주위의 잔혹한 사건 사고-지면에 옮기가 어려운-에 대하여 이곳 사람들이 보이는 이들의 담담함에 대한 이유를 발견한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욺추려보기도 하였습니다. 거기에 성탄절이라 다가온다 생각하니, 이들처럼 그리 희생제를 드리지 않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예전의 저의 마음이라면, 이제는 예수님의 성육신의 사건에 대한 진지한 이해 그리고 그의 십자가에서의 죽으심에 대한 깊은 감사가 (희생제물의 처참함에 대한 목격으로 인해) 더 절실히 다가온다고 말씀을 드리고만 싶습니다.
이리 말씀을 올리는 이유는 상대의 어려움과 불행을 보며 자신을 위로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모든 시도들은 참 그리스도인들이 경계해야할 것들이라 생각해서 입니다. 일례로 자신보다 못사는 지역에서 해외봉사를 간다고 할때 만일 이들이 현지인들과 거리감을 좁히지 않은채 자신은 저 높은 자리에 있는 ‘한국인’으로 남아있으려고만 한다면, 어떤 이는 단기선교를 다녀와서 주님의 은혜를 경험하였다며 고백하지만 그 내용의 반이상이 현지의 불쌍한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의 처지에 대한 감사에 근거한 것이라면, 이상의 방식의 선교방향에 필요에 기민하게 반응하여 팀이 현지에 오면 좀 더 헌옷으로 갈아입고 좀 더 초췌한 모습으로 팀을 받을 뿐 아니라 그 팀의 필요에 맟춰 빈민한 지역만을 의도적으로 훑어 보여주고 있다면 (애석하게도 이모두가 다 사실입니다), 이 모두가 ‘내가 그렇지 않아 다행이다’하는 식의 얇은 하나님의 복에 대해 이해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그 비교하고 싶은 낮은 상대가 없어지는 순간, 우리는 다시 물어야겠지요. “내가 과연 행복한가?”하고 말입니다.
오늘은 그래서 이땅에 사는 제가 아는 몇몇의 사람들을, 제 행복의 상대적 기준으로서 아니라 저와 동일한 레벨의 하나님의 사람으로 알고 소개해보겠습니다. 직접적인 거명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름은 이니셜로 표기합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빡 사무엘 :
이분은 조셉이를 받아내신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십니다. 의료적인 도움을 받은 것도 감사하지만 정작 더 감사한 것이 있습니다. 한번은 저와 아내 모두가 영적침체로 어려움 중에 있을 때 쓴뿌리와 같은 현지인의 배신과 모함에 대한 깊은 상처로 힘들었을 때 이를 알고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나눠주시더군요. 자신이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으로서 겪은 말로 다하기 힘든 설움에 대하여 그 병원의 의사가운데 유일한 중국계지만 집도하는 수술마다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시는, 매순간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크게 보였습니다. 이런 진심에 감동하여 존경으로 따르는 무슬림 동료들과 간호사들까지 직접 목격한 저희에게는 신자로 이땅에 살아가는 의미를 다시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더랬습니다. 이분에 저와 제 아내에게 던진 한마디, ‘지금 겪은 불편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살고 싶어하는 여러분의 마음, 하나님이 주신 겁니다. 그러니 본이 되게 잘 살아주십시오.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내 헌신의 열매를 어떤 모양으로든 열리게 하셔야만 한다 생각하던 부끄러운 제 자신을 돌아보며, 이곳에 살게 허락하신 하나님에 대한 진심의 감사없이는 선교하는 것이 불가함을 알게 도와준 이 좋은 지인과의 만남도, 하나님의 인도셨습니다.
마스 수기아르또 :
이 친구는 제 제자입니다. 첫해에 신학교의 사역을 하며 인니어도 잘안되는 이 외국인교수의 강의에 대하여 진지하게 반응하였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이제는 졸업을 바로 앞두고 있는 것을 보니 참 세월이 빠릅니다. ‘파띠’라는 시골교회에서 자라 자신의 고향과 모교회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이 친구를 보면서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큰 도시에 상경한 목회후보생들이 다시 시골로 돌아가려 하는 예는 거의 드문 현실때문입니다. 학업에 대해서는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목회에 대한 열정과 영혼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이 친구를 바라보는 제게 전이가 될 정도로 뜨겁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부르심을 자신의 천직으로 알고 열심을 다해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영달이 아닌 이땅의 하나님의 교회가 바로 서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그의 진지한 고백은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인지, 이 친구와는 얘기가 잘 통해 깊은 얘기도 잘 나누곤 합니다. 이런 친구가 제게 부탁하더군요. “계속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어 달라”고 말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저도 그 친구도 잘 압니다. 다른 변수들까지 고려한 정밀한 계산으로 장래를 계획하는게 지혜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 계산에 앞서 고려해야할 ‘나는 낮아지고 주님은 높아져야하는’ 계산은 왜 하기가 이토록 어려운지….. 좋고 선한 것이라고는 제안에서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제가 어찌 작은 예수로 이땅에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야 말로 참 은혜입니다 (Undeserved Favor).
마스 B__________ :
이 친구도 제 제자입니다. 똑똑하죠. 하지만 걱정되는 친구입니다. 며칠절 신학교의 과제로 근방의 창녀촌의 사역지를 다녀와야 했는데, 본 과제를 완수했다는 증거로 제출용 사진을 찍어왔는데, 글쎄 이 사진을 당일에 페북에 올려 마치 자신의 사역적인 공적을 드러내려 시도하였지 뭡니까? 저와 생각이 같은 엣노 집사님의 만류와 충고로 하루가 지나 삭제하기는 했습니다. 이 친구만을 탓할 수 없는 것은 이곳의 학교와 교회를 막론하고 행사가 있는 모든 곳에서 의례로 사진을 찍는 것이 이미 보편화 되어있는 탓에 깊은 생각없이 자신의 사역적인 공적을 스스로 치하하기 위해 이같이 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제자 친구도 자신의 역량을 사진을 통해 드러내는데에 바빠 정작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거나 원치 않는 이들과 이들의 가족구성원인 아이들에게도 또 한번의 큰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임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비근하지는 않지만, 일전에 이곳의 한 선교사는 한 현지사역자의 전적인 도움으로 알게 된 몇몇 이슬람 교사들을 함께 집에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참석의 조건으로 아랍복식을 입고 올 것을 부탁하였지요. 물론 목적은 사진을 찍어 본국에 보내는 것이지요. 애석하게도 그 사진을 본 분들은 이게 바로 그분의 사역이라고 생각하였겠지요. 솔직히 잠시 다녀가는 분들의 사진촬영에 대해서는 이곳 사람들도 관대하지만 장기 선교사가 사진을 많이 찍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시각은 ‘또 그것을 통해 후원을 가져오는구나’ 생각을 하여 당당히 자신의 몫-기회를 주었으니 같이 나누자는 식-을 주장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형식적인 사진보고를 진짜로 믿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제자 친구는 아직 졸업까지 시간이 좀 있습니다. 졸업 전까지 계속하여 교제하고 지도해 보려합니다.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가 그를 변화시키기를 기도하여 주십시오.
마스 A__________ :
위 제자의 얘기를 하자니 기억이 나는 인물입니다. 온몸에 얼굴에까지 기괴한 문신을 한 이 사람은 자칭 주의 종이라고 하여 창녀촌에 들어가 살며 복음을 전하며 산다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 친구입니다. 마약과 매춘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특수한 사역을 한다는 이유로 상당한 주목을 이곳 교계에서 받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그로 인해 많은 재정적인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신학교에 불려가 강의를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게 있어서 이 친구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서 사역을 한다는 것이 자랑이 되는 순간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예에 불과합니다. 자신은 바닥의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문신과 Gaya (스타일)을 고집한다고 그래서 자신의 삶의 패턴을 경건한 그리스도인의 것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창녀촌에 들어가 그렇게 산다고 하더군요. 그곳의 아이들을 돕고자하는 몇몇 사역자들이 그 아이들의 성장환경의 영향력을 심히 우려하여 고아원-이곳 고아원은 부모가 가난하여 부양능력이 없을 때에도 보내집니다-에서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이 어떤가를 제안할 때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처음에는 가족이 같이 살아야하는 좋은 취지로 알았지만 결국 드러난 속내는 자신이 그곳의 사역자이므로 자신을 통해 그곳에 학교와 고아원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사역에 대한 욕심에 다른 불쌍한 이들이 이용을 당하는 셈이 된 겁니다. 저는 결코 이것이 이곳의 수준 떨어지는 신자에게만 보여지는 모습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목격되는 모습이라고 확신합니다. 자신의 사역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을 교회안에서 성공해보려는 야망에 눈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에 참 감사합니다. 만일 재정이 충분하였다면, 만일 제 앞으로된 기관을 가지고 있었다면, 만일 사역적 위치가 높았다면, 범할수 있었을 잘못들이,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은혜가 족하다는 바울의 고백에 100배 1000배 공감하며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돌리고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주어진, 말씀을 전하고 신학을 가르치는, 지금 당장은 표나지 않을 일에 대한, 책임 앞에 좀더 진지하게 서게 됩니다. 미국교회와 한국교회의 기복신앙을 그대로 받아들여 외형적 교회성장을 하나님의 복으로 알고, 물질적인 하나님의 복만을 구할 뿐 하나님을 전혀 알고자 하지 않는, 비인격적이고 비정상적인 관계로 하나님을 이용만 하려는 이땅의 수많은 교회들에 반하여, 정말 작아보이나 말씀을 온전히 삶가운데 살아내려는 한 신자를 참 교회로 세우는 일에 더 깊이 헌신하기를 갈망합니다. 단 한명의 제자라도 단 한명의 신자라도 단 한명의 무슬림이라도 하나님께서 저를 통하여 구원하시기를 진심으로 갈망합니다. 하오니, 함께 기도하여 주십시오.
기도제목들
1. 한 학기를 주의 은혜로 잘 마쳤습니다. 다음학기에도 동일하고 성실하게 임하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오. 목사로, 선교사로, 교수로, 선생으로 하는 모든 사역에서서 하나님께서만 영광되기를 소망합니다.
2. 동역하는 현지에서 사역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여 주십시오. 미라목사님, 요하네스 목사님, 다니엘 목사님, 에드와르트 목사님, 코넬리우스 목사님, 요셉 목사님, 엘리야 목사님, 페트로스 목사님, 유리 목사님, 헨다르또 교수님, 구나르또 교수님, 우또모 교수님, 엣노 집사님, 이필환 선교사님 이상 거명한 분들을 한번이라도 소리내어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역자들에게는 건강이 필수입니다. 특히 우기에 오토바이를 타고 장거리를 다녀야하는 분들이 많은데 폐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와 예방의 지혜도 주시기를 기도하여 주십시오.
3. 저희 가족을 위해서도 기도부탁드립니다. 진지하게 아이들의 홈스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낼학교가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입장은 언제나 동일하지만 지금 학교의 수업의 수준에 대한 적잖은 실망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현실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좋은 결정이 되어지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
4. 내년의 사역 계획가운데, 이젠 김정희 선교사의 사역에 대한 부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혜롭게 계획하고 잘 감당하도록, 이미 허락하신 사역의 자리들에서 최선을 하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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